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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오희옥 애국지사 사회장 영결식 이종찬 광복회장 조사(弔辭) 전문
* 보도시점: 2024년 (대한민국 106년) 11월 20일(수) 오후 3시 이후
※ 현장 실행 원고 내용이 수정될 수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故 오희옥 애국지사 사회장 영결식
이종찬 광복회장 조사(弔辭) 전문
오호, 애재라, 고(故) 오희옥(吳姬玉) 지사님이시어!
생전 지사님께서 직접 참여하셨던 무장독립투쟁을 시비하는 음모가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이 싸움의 직접 당사자인 지사님께서 승리를 누리지도 못한 채, 저희들에게 무거운 숙제만 남기시고 눈을 감으시니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무엇보다 유일한 생존 여성 애국지사님을 모시고, 내년 광복 80주년기념사업을 계획하기도 전에, ‘순국선열의 날’에 지사님께서 서거하시어 주인공을 잃어버린 저희들은 만사휴의로 망연자실하며, 유족들과 함께 큰 슬픔에 빠져 있습니다.
지사님이시어!
국화 향 가득한 이곳 현충관에 지사님과 마지막 석별의 정을 나누고자 저희들은 모였습니다.
지사님과 저희들 사이에 이별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지사님을 보내드려야만 하는 저희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꽃같이 젊었을 적엔 펜 대신 총을 들고 일제와 싸우시고, 해방 후에는 다시 펜을 들고 미래인재를 길러내는 교단에 서셨던 지사님!
어려울 땐 독립투쟁의 젊은이들에겐 누이가 되어 주시고, 그 후엔 전우가 되어 주시고, 조국이 광복을 찾을 땐 자애로운 어머니가 되어 주시고, 말년엔 존경하는 할머니가 되어 주신 지사님!
편히 쉬셔야 할 노년에 이르러 용인에 있는 한적한 산 밑 작은 땅에 생전 해외 무장투쟁을 기리는 조촐한 기념관 보금자리 마련했다고 좋아하시더니 그것도 오래 누리지 못하고 산업기술 클러스터에게 내어 주시고 쓰러지신 지사님!
오로지 독립투쟁과 조국을 위한 희생과 봉사로 일생을 사셨습니다.
저희들 광복회원들은 지사님을 따라 외칩니다.
독립투쟁은 서로 공로 다툼하기 위해 싸운 것 아닙니다.
독립투쟁은 나의 인생을 영예롭게 살았다고 자랑하기 위해 싸운 것 아닙니다.
독립투쟁은 해외와 국내로 역사를 갈라서 쓰기 위해 싸운 것 아닙니다.
독립투쟁은 지사님처럼 이름 없는 꽃 한 송이가 되어 조국에 바친 투쟁 그 자체였습니다. 아무런 보답이 없어도 우리는 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의 할아버지처럼, 나의 아버지, 어머니처럼, 나의 언니처럼 조국을 위해 산화하는 겁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지사님의 이런 외침을 우리는 따라 외쳐야하지 않습니까?
이 외침은 우리시대의 참된 스승, 지사님의 가르침을 따르겠다는 다짐인 것입니다.
지사님!
항간에는 이런 말이 부끄럽게도 돌고 있습니다.
일본이 우리 강토를 강점했을 때, 총독이라고 뻐기던 자가 대한민국이 광복을 찾자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악담을 퍼붓고 떠났습니다.
“36년 동안 일본이 식민교육을 지독하게 시켜 놓았으니 그 중 친일파 조센징은 다시 일본의 앞잡이 되어 100년 내에 일본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그의 저주를 헛소리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악담이 사실처럼 우리 주변에 그림자가 보이니 웬일입니까? 신판 일진회가 한국에 다시 독초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를 모략하고 괴롭힌 밀정처럼 여기저기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지사님 !
그러나 우리는 믿습니다.
지사님이 남기신 준엄한 가르침을 믿습니다.
지사님의 정신을 따르겠다고 다짐한 우리 광복회의 동지들은 반드시 일본이 심어놓은 악성 바이러스를 제거하고야 말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지사님의 영전에 다시 다짐합니다. 우리는 결단코 지사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을 것임을 굳게 다짐합니다.
마지막 길을 가신 지사님,
7년 전, 지사님께선 광복절 경축식 무대에 올라 홀로 당차게 임시정부 당시의 곡조로 애국가를 부르시며 온 국민의 마음을 울리셨습니다.
그리고 외치셨습니다.
“우리가 이길 수 있었는데 왜놈이 미리 연합국에 항복했네요. 아쉽습니다. 광복이 잘 됐으면 분단도 없었을 것이고, 전쟁도 없었을 것이고, 동족상잔도 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었을 터인데 아쉽습니다.”
그날의 감동이 아직도 선명한데, 이제 더는 지사님의 육성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미어집니다.
여성 무장독립투쟁의 꽃이신 지사님 !
전 가족이 독립투쟁 전선에 참여하신 그 위대한 발자취를 우리는 귀감으로 삼고 결코 흐트러짐 없이 따르겠습니다.
지사님의 염원은 우리 후세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남아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정체성으로 분명하게 확립해 나가겠습니다.
지사님 !
지사님께서 당신의 몸과 같이 아끼셨던 이 나라가 속히 역사정의를 되찾아 선열들을 편히 모실 수 있게 해 주시옵소서.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지사님을 모시고 산 동안 저희들은 든든했고, 행복했습니다.
이제 나라걱정 놓으시고 천국에서 영원한 삶을 누리소서. 안녕히 가십시오.
2024년(대한민국 106년) 11월 20일
광복회장 이 종 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