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갈등 끝낸 광복회, 이재명 정부 '광복절 기념사업'으로 복귀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5.07.23

 21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광복 8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이종찬 광복회장이 손을 맞잡고 특별 설치된 ‘광복의 길’을 걸으며 80년 역사의 발자취를 되새기고 있다.
21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광복 8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이종찬 광복회장이 손을 맞잡고 특별 설치된 ‘광복의 길’을 걸으며 80년 역사의 발자취를 되새기고 있다. ⓒ 국무총리실


광복회가 돌아왔다. 윤석열 정부 시절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하며 정부와의 깊은 갈등을 빚었던 광복회가 이재명 정부 들어 '광복 8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의 핵심 축으로 복귀했다.

지난 21일,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추진위 출범식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은 김민석 총리와 함께 공동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해 광복 80주년 사업의 기본 방향과 추진계획을 논의했다. 이는 사실상 정부 행사에서 배제됐던 광복회가 다시 공식적인 자리로 복귀했음을 뜻한다.

윤석열 정부 당시, 광복회와 정부의 갈등은 독립기념관장 인선을 둘러싼 충돌로부터 비롯됐다. 윤석열 정부는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분류되는 김형석 교수를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했고, 이에 강하게 반발한 광복회는 정부 주최 광복절 기념식에 '보이콧'을 선언하는 초강수를 뒀다.

 

당시 광복회는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국적을 일본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공공기관장으로 임명해서는 안 된다"고 공식 항의했지만 정부는 임명을 강행했고, 결국 광복절 당일 정부와 광복회가 각자 다른 기념식을 개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정부가 광복회의 예산을 대폭 삭감시키면서 광복회는 '광복 80주년' 관련 기념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독립운동사 연구와 교육을 위해 설립된 '광복회학술원'은 2024년 정부로부터 6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출범했으나, 이듬해인 2025년 예산안에서는 해당 사업비 전액이 삭감됐다.

광복회 측은 학술원 예산 외에도 광복 80주년 기념 조형물 설치, 독립운동사 편찬 등 총 10억 원 규모의 관련 사업 예산을 별도로 신청했으나, 이 역시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2025년도 광복회 예산은 전년 대비 6억 원 삭감된 26억 원으로 편성됐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광복회는 "정부와 단 한 차례의 협의도 없이 예산이 일방적으로 삭감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 단체의 역할을 전면 배제한 것은 "광복 정신을 지우려는 퇴행적 조치"라고 비판하며, 예산 복구와 사업 재개를 강력히 촉구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광복 80년을 성대하고 뜻깊게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리며 기조 전환에 나섰고, 윤석열 정부 시절 삭감됐던 광복회 예산도 전면 복원됐다.

이종찬 회장은 출범식에서 지난 정권과의 갈등을 회고하며, 광복회가 처했던 현실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그는 "작년 이맘때 우리는 정부 기념식에 불참하고 별도로 광복절 행사를 열었다"며 "각 야당 대표들을 일부러 초대한 건 아니었지만, 여러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결과적으로 정치적인 분위기로 흐르게 됐고, 그로 인해 마음이 매우 무거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로 지켜낸 역사를 몇 마디 말로 덮으려는 시도처럼 느껴졌고, 그토록 헌신해 온 독립운동의 정통성을 역사 왜곡과 망언을 일삼는 세력에게 넘겨줄 수는 없었다. 그것만은 참을 수 없었다"며 "광복회는 우리 민족의 역사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따로 행사를 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대한민국이 이뤄낸 승리의 역사 4가지

 

 

 ‘광복 8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출범을 기념하며 백범김구기념관 김구선생 동상 앞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한 국민 대표 위원 80인. 독립유공자 후손, 학계, 문화예술계, 청년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함께 모여,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앞으로의 100년을 함께 준비하자는 의지를 다졌다.

‘광복 80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출범을 기념하며 백범김구기념관 김구선생 동상 앞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한 국민 대표 위원 80인. 독립유공자 후손, 학계, 문화예술계, 청년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함께 모여,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앞으로의 100년을 함께 준비하자는 의지를 다졌다. ⓒ 국무총리실

이날 출범한 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독립유공자 후손, 학계, 문화예술계, 청년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 80명을 '국민 대표 위원'으로 위촉했다. 이종찬 회장은 위원들을 향해 "우리가 걸어온 길을 정확히 아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세우는 힘"이라며 대한민국이 이뤄낸 승리의 역사 4가지를 강조해 국민적 자긍심을 다졌다.

첫째는 독립운동의 정체성에서 비롯된 민주공화국의 수립이다. 이 회장은 "우리의 독립투쟁은 단순히 나라를 되찾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3·1운동의 정신과 임시정부의 헌장 속에는 민주공화제라는 헌법적 정체성이 명확히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제가 천황을 신격화하고 군국주의로 나아가던 시대에, 우리는 오히려 민주공화정을 내세우며 싸웠다는 점을 들어 "이 대조적인 역사야말로 우리가 세계에 자랑해야 할 승리의 역사"라고 강조했다.

둘째는 분단과 전쟁이라는 고난 속에서도 지켜낸 민주주의의 뿌리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은 해방 이후 동서냉전의 희생양이자 냉전이 아닌 실제 전쟁, '열전'의 한가운데 있었다"며 "그러나 우리는 그 와중에도 민주공화정의 정체성을 끝까지 지켜냈고 그것이 오늘의 헌법과 국민주권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셋째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성취한 역사적 유일성이다. 이 회장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도 우리는 산업화에 성공했다. 때로 민주주의가 억눌린 시기도 있었지만, 결국 국민의 힘으로 민주화를 이뤄냈다"며 "지금의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바로 이 두 축을 모두 일군 국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넷째는 문화강국으로 도약한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다. 이 회장은 "오늘날 대한민국은 단지 높은 경제성장만 이룬 나라가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강국이 됐다"며 "백범 김구 선생이 말씀하신 '존경받는 문화국가'의 비전이 이제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광복 80년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앞으로 100년, 국민주권 시대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 회장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언급하며 "정보화 사회는 앞서갔지만 AI 전환기에는 우리가 다소 뒤처진 감이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다시 겸손하게, 기술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미래로 도약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끝으로 그는 "자유로운 삶과 민주적 질서, 그리고 인간 존엄의 가치가 강물처럼 흐르고, 그 위에 한국의 선도적 기술과 찬란한 문화가 들꽃처럼 피어나는 나라, 그런 미래를 향해 국민과 정부가 함께 선언하는 것이 바로 광복 80주년의 진정한 의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