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모 사
<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백범 김구 선생님의 정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존경하는 백범 선생님 인사드립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입니다.
오늘 저희는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통일을 위해 평생을 바치신 선생님의 높은 뜻을 기리고, 선생님께서 꿈꾸시던 나의 조국 그 높은 이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는 다짐을 되새기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지켜내신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법무부 비서국장을 지낸 독립운동가 김한의 외손자입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국회의장이 된 것이 처음입니다. 그 무게를 새기고 또 새기겠습니다. 이 자리에는 선생님의 증손자가 국회의원이 되어 함께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살아계신다면 대견해하며 어깨를 다독여주셨을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의 호, 백범의 글자 그대로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만, 나라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한 평생을 바치신 선생님의 삶은 감히 따라가기 힘든 고난이었습니다.
일제의 고문으로 죽음의 문턱에 이른 상황에서도 육신의 고통보다 망국의 고통을 더 아파하셨고, 문지기가 되기를 자청하며 참여한 임시정부가 해산될 뻔한 위기 앞에서도 끝까지 지켜냈습니다.
윤봉길, 이봉창 의사의 위대한 거사 뒤에도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우리 국군의 뿌리가 된 한국광복군 총사령부도 창설하셨습니다.
백범 선생님! 오직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한 선생님과 독립운동가, 애국지사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항일 독립운동은 온 나라, 온 국민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백범이라는 호에 백정부터 범부까지 모두가 애국심을 가진 사람이 되게 하자는 뜻을 담았다고 하신 말씀처럼 항일 독립의 정신, 그 물결은 지역과 계층, 직업, 성별과 나이, 종교를 뛰어넘었습니다.
암흑을 견디며 한세대 넘게 독립운동을 이어갔고, 그렇게 독립운동은 우리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빛나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그 뿌리를, 그 이름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불굴의 독립 투쟁과 임시정부가 있었기에 우리는 국민주권을 헌법에 새겼고 우리 힘으로 광복을 맞이했습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 중 세계가 인정한 유일한 선진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선생님께서 그토록 꿈꾸시던 한없이 가지고 싶은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성취의 근원에 선생님의 업적과 독립운동의 역사가 있습니다.
항일 독립운동을 경시하거나 폄훼하는 모든 시도로부터 우리의 뿌리를 지키고 국민의 자긍심을 지킬 것입니다.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다섯 분, 독립전쟁 영웅들의 흉상을 옮기려고 하는 역사를 부정하는 잘못에 맞서겠습니다.
그 자긍심을 지켜 미래로 나가는 그런 힘을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백범 선생님! 오늘 선생의 영전에 더욱 부끄러운 것은 분단의 현실입니다. 남북의 적대와 대결이 대북 전단으로, 오물풍선으로 국민의 일상을 흔들고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동포 간의 증오와 투쟁은 망조”라고 하신 선생님의 말씀이 매서운 회초리마냥 아프게 다가옵니다. 민족의 단결과 통일은 언감생심, 대화하자는 목소리조차 들어설 틈을 찾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습니다.
삼팔선을 베고 쓰러지더라도 통일 정부로 나아가시겠다고 하신,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남북 협상을 제안하고 38선을 넘어 남북연석회의에 참여한 선생님의 결기와 용기 앞에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백범 선생님, 용기를 내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온 삶을 통해 보여주신 강렬한 정신을 뒤따르겠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 그 두꺼운 얼음장 밑에도 아직 물은 흐르고 있다고 믿습니다.
교류와 협력, 평화를 저버린 채로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용기 있게 대화를 주장하고 대화를 복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습니다. 그렇게 선생님 뜻을 오늘에 되살리겠습니다.
백범 선생님의 영전 앞에서 남북의 당국에게 엄숙하게 엄중하게 말씀드립니다.
대북전단도, 오물풍선도, 확성기 방송도 모두 즉각 중단하십시오.
백범 김구 선생님이 살아계시다면 이렇게 말씀하셨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김구 선생님 부디 하늘에서 살펴보시고 저희에게 지혜를 주십시오.
그곳에서 평안히 계시기 바랍니다.